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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차(茶)생활 일기 : 6대 다류(茶類) 알고 발효하기 🌿 찻잎의 경계에서, 콤부차를 다시 묻다1차 발효, 그리고 2차 발효.이제, 조금 더 깊은 맛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졌다.단조로운 베이스에서 벗어나 나만의 레시피를 실험하고 싶어졌다.진열장 속 내 꽃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콤부차는 꼭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만 발효를 해야 하는 것일까?”녹차, 홍차, 백차, 청차, 황차, 흑차.이른바 6대 다류(茶類)는 오랫동안 콤부차 발효의 근본이자 정통이었다.하지만 나는 그 경계 밖에 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목련, 매화, 아카시아,차라고 부르는 이 꽃들의 향들의 가능성에 마음이 움직인다. 왜 대부분 6대 다류를 사용할까?-카페인과 탄닌: 찻잎에서 나오는 탄닌과 소량의 카페인이 스코비가 좋아하는 영양소이다.또, 미생물 군집인 스코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발효 .. 2025. 4. 18.
어쩌다가, 차(茶)생활 일기 : 콤부차2차발효-딸기콤부차 베이비 스코비, 어느덧 마더가 되다처음엔 그저 조용히 배양액 위를 떠다니던 베이비 스코비.마치 무심한 듯 부유하며 하루하루 자라나던 그 아이가, 어느새 무럭무럭 두꺼워지고 단단해져서드디어 '마더 스코비'로 승격하는 날이 왔다.가장 두꺼운 쪽은 1cm, 얇은 쪽도 0.7cm나 되는 제법 당당한 몸집을 가졌다. "그래, 이 정도면 마더지!"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이삿날을 정했다.사실 7일이면 발효가 충분히 끝나는 법이지만… 뭐랄까, 귀찮고 바쁜 일상 속에서 그냥 계속 미루게 됐달까?어느새 18일째 되는 날, 마침내 용기를 내어 이사를 감행하게 되었다. 덮어두었던 키친타월을 조심스럽게 걷는 순간,콧속을 강타하는 강렬한 시큼한 향이 퍼졌다.“으… 양말 쉰내 같은데?”하지만 그건 오히려 반가운 신호였다... 2025. 4. 14.
어쩌다가, 차(茶)생활 일기 : 목련꽃차 손끝에 새긴 봄의 흔적 :목련목련은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마음을 여는 꽃이다.겨울의 흔적이 아직 다 걷히지 않은 가지 끝에, 눈송이처럼 피어나는그 하얀 꽃잎을 보면, 계절이 먼저 마음을 놓은 것 같아 이상하게도 안심이 된다. 나는 매년 이맘때쯤 목련을 마주하며 멈춰 선다. 꽃으로 차를 만들기 위해선 개화하기 전 봉오리를 따야 한다.활짝 핀 꽃은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다 써버린 뒤라,우리는 말의 시작이 아직 남아 있는 그 봉오리를 찾는다.벌에게 빼앗기기 전에, 서둘러 봉오리를 하나둘 손에 담는다. 작년과는 다른 봄.작년 이맘때쯤은 포근했는데, 올해는 꽃도 움츠러들 만큼 쌀쌀하다.택배로 받은 꽃봉오리들은 작년보다 조금 작다.그래도 손안에 푹 안기는 그 무게가 봄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하다.. 2025. 4. 13.
어쩌다가, 차(茶)생활 일기 : 콤부차의 시간 《없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자하얀 덩어리는 스멀스멀, 병의 위쪽을 점령해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구석 한 켠에 조용히 자라더니 다음 날 아침엔 병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없이, 아무 예고도 없이, 그러나 분명히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 나는 병을 흔들지 않도록 숨조차 조심스레 쉬며, 그 조용한 생명의 드라마를 들여다본다. 액체의 표면은 보들보들, 야들야들.마치 잘 익은 무처럼 반투명하고 유연한 결을 가지고 있었다.그건 그냥 막이 아니었다. 스코비는 마치 자신을 재구성하는 듯 차와 설탕을 먹고, 자신을 복제하며 겹겹이 새로운 생명체를 쌓아올리고 있었다.혼자 들어갔던 그 한 장의 스코비가, 지금은 베이비 스코비들을 품고, 여러 겹 쌓아가며새로운 집을 짓.. 2025. 4. 9.
어쩌다가, 차(茶)생활 일기 : 스코비를 닮은 관계 스코비스코비(SCOBY)는 콤부차 같은 발효 음료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존재이다.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Symbiotic Culture of Bacteria and Yeast’,즉 박테리아와 효모의 공생 배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말랑하고 둥글며 젤리 같은 이 낯선 덩어리는, 알고 보면 수많은 미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작은 생태계다.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와 효모들이 한집살이를 하며, 서로 기대고 도우며 제 역할을 묵묵히 다해낸다.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박테리아는 단맛의 설탕을 신맛이 도는 산(아세트산)으로 바꾸고, 효모는 그 설탕을 알코올(에탄올)과 탄산(이산화탄소)으로 바꾸는 일을 한다.이 두 생명체가 공생하면서 콤부차를.. 2025. 4. 8.
어쩌다가, 차(茶)생활 일기 : 콤부차 도전기 내가 처음 접한 콤부차내가 콤부차를 처음 접한 건 2020년 여름, 이디야 커피에서였다.커피를 즐기지 않는 나는 카페에 가면 늘 초코 프라페 같은 달달한 음료를 시켰다.그날은 다이어트를 선언한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마실 것을 고민하다가 새로운 메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콤부차.’ 생소한 이름이었다.궁금한 마음에 물었다.“콤부차가 뭐지?”“콤부차 몰라? 김태리 배우가 광고하는 거잖아. 다이어트 음료라고 하던데.”‘다이어트’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주문을 눌렀다.  첫 모금. 혀끝을 감싸는 시큼한 맛. 어디선가 미끄러지듯 감도는 낯선 촉감. 이질적인 맛. 익숙지 않은 이 감각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결국 한 번 마셔보고, 더는 찾지 않았다. 다시만난, 콤부차라는 세계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5년 봄, 연남.. 2025.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