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잎의 경계에서, 콤부차를 다시 묻다
1차 발효, 그리고 2차 발효.
이제, 조금 더 깊은 맛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단조로운 베이스에서 벗어나 나만의 레시피를 실험하고 싶어졌다.
진열장 속 내 꽃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콤부차는 꼭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만 발효를 해야 하는 것일까?”
녹차, 홍차, 백차, 청차, 황차, 흑차.
이른바 6대 다류(茶類)는 오랫동안 콤부차 발효의 근본이자 정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경계 밖에 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목련, 매화, 아카시아,
차라고 부르는 이 꽃들의 향들의 가능성에 마음이 움직인다.
왜 대부분 6대 다류를 사용할까?
-카페인과 탄닌: 찻잎에서 나오는 탄닌과 소량의 카페인이 스코비가 좋아하는 영양소이다.
또, 미생물 군집인 스코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발효 밸런스: 찻물이 주는 pH 안정성과 맛의 복합성 덕분에 깔끔하고 깊은 콤부차가 나온다.
나 같은 초보자들이라면 6대 다류의 차를 기본으로 발효해 보는 것이 좋다.
실패 확률을 줄이고, 안정된 스코비 환경을 만드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잠시 나의 꽃차들은 기다림에 놔두고,
나는 먼저 차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차를 안다는 것, 콤부차를 이해하는 첫걸음
콤부차의 다양한 맛을 원한다면, 먼저 차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보리차, 옥수수수염차, 작두콩차가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차가 아닌 대용차이다.
차 라고 하는 것은 차나무, 차나무 잎을 달인 물이다.
학명 카멜리아 시넨시스인 차나무이다.
차의 세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같은 카멜리아 시넨시스 차나무에서 딴 찻잎이라 해도, 제다 방식에 따라 다른 존재가 된다.
녹차, 홍차, 백차, 흑차, 청차, 황차.
한 나무에서 났지만, 다른 풍미와 성질을 만들어낸다.
생산되는 나라마다 맛이 또 다르다.
홍차로 알아본다면,
인도의 다즐링 홍차는 산뜻하고 꽃향기 나며, 스리랑카의 우바 홍차는 강렬하고 진하다.
중국의 기문홍차는 부드럽고 깊다.
심지어 우리는 방법에 따라 같은 찻잎도 전혀 다르게 맛이 난다.
다관에 먼저 잎을 넣는가, 물을 먼저 붓는가.
개완을 쓰는가, 자사호를 쓰는가.
찻잎은 다루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생명을 가진다.
콤부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차의 세계부터 넓게 알아야 한다.
1. 녹차(綠茶, Green Tea)
생명력의 가장 여린 시간
녹차는 찻잎이 가장 순수하게 머무는 순간을 담은 차다.
자연의 푸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산뜻한 감칠맛과 청초한 쌉쌀함, 은은한 풀내음이 특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차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덖은 한국 녹차는 부드러운 곡물향과 함께 따뜻한 흙 내음을 품는다.
콤부차로 만들면
→ 어린잎으로 만들면 순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 발효 후에도 시원한 향과, 깔끔한 청량감을 유지한다.
→ 수색은 옅은 노란색이나, 녹색이다.
→ 깨끗한 하얀색의 베이비 스코비를 얻을 수 있다.
추천 포인트: 상쾌하고 가볍게 마시는 데일리 콤부차, 허브나 꽃차와의 조합에도 잘 어울린다.
2. 백차(白茶, White Tea)
햇빛과 바람에 맡긴 섬세한 잎
백차는 거의 가공하지 않고 자연건조한 차다.
은빛 솜털이 보송하게 남아 있는 어린 찻잎에서, 말갛고 은은한 단맛과 꽃향이 느껴진다.
콤부차로 만들면
→ 은은하고 고요한 산미, 부드러운 청포도 같은 향이나, 꽃향이 피어난다.
→ 수색은 투명하다.
→ 스코비가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주의가 필요하지만, 성공하면 매우 섬세한 콤부차가 된다.
추천 포인트: 프리미엄급 콤부차에 적합. 가볍고 우아한 테루아를 추구할 때.
3. 황차(黃茶, Yellow Tea)
찻잎이 천천히 숨을 쉬는 시간
황차는 녹차와 비슷하지만, 마지막에 ‘답황(悶黃)’이라는 숙성 과정을 거쳐 특유의 깊이 있는 풍미를 더한다.
순하고, 부드럽고 달큼한 곡물 향이 인상적이다.
콤부차로 만들면
→ 감칠맛이 부드럽게 배어 나오고, 발효 후에도 깔끔한 단맛이 살아 있다.
→ 초보자에게는 구하기 어려운 재료일 수 있으나, 매우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추천 포인트: 특별한 원재료로 독창적인 콤부차 브랜드를 만들고 싶을 때.
4. 청차(靑茶, Oolong Tea)
반쯤 열린 시간의 미학
청차, 또는 우롱차는 발효와 비발효의 중간 지대다.
부분 발효 덕에 꽃향과 구수함이 공존하며, 무게감과 산뜻함 사이의 균형이 뛰어나다.
콤부차로 만들면
→ 깊고 복합적인 향미가 발효 중 배가된다.
→ 라이트 우롱은 은은한 꽃향, 중~다발효 우롱은 견과류와 캐러멜 노트가 형성된다.
추천 포인트: 콤부차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만능 베이스.
5. 홍차(紅茶, Black Tea)
시간에 모두를 맡긴 붉은 잎
홍차는 가장 깊이 발효된 찻잎이다. 강렬하고 진한 맛, 꽃과 과일, 때론 몰트향까지 풍미의 폭이 넓다.
스코비가 가장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이상적인 베이스다.
콤부차로 만들면
→ 산미와 단맛의 균형이 탁월하며, 발효 후에도 진한 색감과 향이 살아 있다.
→ 응용이 쉬워 다양한 과일류와의 2차 발효도 잘 어울린다.
→ 수색은 갈색이며, 베이비 스코비 색도 갈색으로 나타난다.
추천 포인트: 안정적인 첫 콤부차 발효에 가장 적합한 차. 브랜드 표준 레시피로도 이상적.
6. 흑차(黑茶, Dark Tea)
시간이 만든 검은 깊이
흑차는 발효 이후에도 미생물에 의해 숙성되는 후 발효 차다.
대표적으로 보이차가 있으며, 흙내음, 삼나무, 약재 같은 무게감 있는 향을 가진다.
콤부차로 만들면
→ earthy(토양향), woody(나무향)의 깊이 있는 콤부차가 만들어진다.
→ 마니아층에게 어필할 수 있으며, 향신료와의 조합도 독특하다.
→다른 차보다 우리는 시간을 짧게 잡는 것이 좋다.
→수색은 어둡고, 어두운 색의 베이비스코비가 만들어진다.
추천 포인트: 성숙한 취향의 콤부차를 만들고자 할 때. 숙성 콤부차의 가능성 탐색.
🧭 결국, 차는 나를 담는다
6대 다류는 단지 발효의 원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 지역, 사람의 손길이 켜켜이 쌓인 맛의 축적이다.
콤부차를 제대로 알고 싶은 이라면, 이 찻잎의 여섯 얼굴을 외우기보다 느껴야 한다.
향을 맡고, 물을 적시고, 발효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기운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찻잎 위에, 당신만의 취향과 실험이 얹힐 때
비로소 한 잔의 콤부차는 레시피가 아닌 작품이 된다.
꽃차로 발효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6대 다류 위에서 콤부차를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