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봄소식을 알려주는 쑥차
어머님이 쑥을 캐오셨다고 봄소식을 전하셨다.
큰 소쿠리에 가득 담긴 쑥을 건네받았다.
그 안에는 단지 쑥만이 아닌, 어머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봄의 기운도 함께 담겨 있었다.
어머님은 3시간을 쭈그려 앉아 쑥을 캐셨다.
작은 손끝으로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꺾으며, 쑥을 씻고, 하나하나 먼지를 털어내며, 그녀는 봄의 향기를 온전히 담으려 애쓰셨다.
어머님은 봄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쑥의 따스함을 통해,
쑥을 씻고 말리며 마음속 봄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쑥은 단순한 봄의 상징이 아니라, 어머님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고,
그 안에는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가득히 들어 있었다.
이제 그 쑥은 나의 손에 들어왔다.
어머님의 손길이 닿은 그 쑥으로, 나는 봄을 더욱 깊이, 진하게 느끼려 한다.
줄기와 잎을 하나하나 가려내며 손끝에 닿는 촉감을 느낀다.
줄기와 잎은 머금는 수분량이 달라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쑥의 본래 맛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차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골고루 익히는 데서 나온다.
엄지손가락 끝이 어느새 새까맣게 변했다.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줄기와 잎을 분리하는 손이 바쁘다.
뜨겁게 달궈진 팬 위에 잎을 올린다.
잎이 자체 품고 있던 수분으로 푹 익혀낸다.
꾹꾹 눌러주면, 잎은 숨을 토해내듯 수증기를 뿜어대고,
스르르 익어간다.
연한 초록빛이 짙고 깊은 녹색으로 변해간다.
익은 잎들을 깨끗한 면포 위에 펼친다.
잎을 빨래하듯 유념을 한다.
잎과 잎이 서로 부딪히고, 그때마다 쑥향이 한 겹 더 짙어진다.
탈탈 털어 손에서 공을 굴리듯 다시 유념한다.
면포도, 손끝도 초록빛으로 물들어간다.
이제 덖을 차례다.
팬에 올려 꽃집게로 잎을 풀어가며, 골고루 덖어질 수 있도록 한다.
쑥 향이 확 퍼진다.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그 향에 취해본다.
잎들이 고실고실 바스락거릴 때쯤, 마지막으로 뚜껑을 덮고 가향 작업을 한다.
마치 봄을 한 번 더 머금게 하듯.
그런 옆에서 네가 나를 흘긋 보더니, 네 방식대로 덖기 시작한다.
“내 쑥향 한번 맡아볼래? 끝내준다니까.” 우쭐대는 너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난다.
“아니야, 내 쑥향이 더 좋아.” 서로 우기며, 투닥거리며, 우리는 그렇게 찰나의 봄을 덖고 있었다.
쑥차 한 잔을 끓여 마시면, 어머님의 따뜻한 마음과 봄의 첫 숨결이 함께 스며든다.

봄의 맛, 쑥 털털이
그래도 쑥이 제법 많이 남았다.
쑥 털털이를 만들어야겠다.
차는 다식이랑 함께해야 하는 것이기에 다식이 빠지면 안 된다.
마음을 먹자마자 후다닥 마트로 달려가 잘 익은 단호박과 쌀가루를 집어 들었다.
단호박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말랑해지길 기다린다.
말랑해진 단호박의 속을 조심스레 파내고, 껍질을 벗긴다.
단단한 부분을 자르려다 손가락도 함께 자를 뻔했다.
피 한번 봐야 요리를 했다는 자부심이 드는 건 왜일까?
반달 모양으로 자르려던 단호박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바뀐다.
너도 나도 단호박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깍둑설기 모양으로 바꿔 듬뿍 잘랐다.
뽀얀 살가루에 소금과 설탕을 더하고, 물을 살살 부어가며 반죽을 빚는다.
손으로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상태를 확인한다.
따스한 봄바람이 손끝을 스치는 듯, 반죽의 촉촉함이 손안에 스며든다.
씻어둔 쑥을 물기가 남은 채로 쌀가루에 넣어 단호박과 함께 조심스레 버무린다.
찜기에 반죽을 펼쳐 넣고,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준다.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어느 하나 소외받지 않도록.
누구도 서운한 마음 들지 않도록.
따뜻한 정을 나눠주시는 어머님 마음이 또 한번 떠오른다.
강한 불로 찜기에 15분에서 20분쯤 익히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쑥털털이는 마치 겨울의 서운함과 속상한 마음을 모두 털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내 마음은 이미 봄을 맞아 달고 단데, 쑥털털이는 조금 부족하다.
살짝 설탕을 더해 달콤함을 배로 더한다.
한입 베어 물자, 쑥의 짙은 향이 코끝을 감싸고, 단호박의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따뜻한 쑥차 한 잔을 곁들인다.
이렇게 또 하나의 봄이 시작된다.
쑥으로 지어 본 시
쑤욱, 쑥—
흙을 헤치고 얼굴을 내민 너를 보며
떠오르는 얼굴 하나.
봄이 왔다는 소식을
쑥으로 건네보려
먼지에 봄 냄새가 가려지지 않게
사람들 발길에 봄냄새가 치이지 않게
봄냄새가 가득한 것을
찾아 더욱더 깊은 산길을 올라간다
내 너 서럽게 안 하려 했지만,
혹여나 그런 마음 남았거든
묵힌 것들, 서러웠던 것들,
쑥향에 실어 훌훌 보내고,
물길 따라 흘려보내라
쑥을 씻고, 씻고 또 씻어
맑은 향으로 쥐어 준다.
쑤욱— 쑥
봄이 왔다.
마주 앉아,
쑥차 한 모금,
그 향기 속에 봄을 삼키며,
숨을 고르고 또 고른다.
묵힌 것들, 서러웠던 것들,
쑥향에 실어 훌훌 보내고,
찻물 따라 흘려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