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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차(茶)생활 일기 : 목련꽃차

by 페이지플릭스 2025. 4. 13.

 

손끝에 새긴 봄의 흔적 :목련

목련은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마음을 여는 꽃이다.
겨울의 흔적이 아직 다 걷히지 않은 가지 끝에, 눈송이처럼 피어나는
그 하얀 꽃잎을 보면, 계절이 먼저 마음을 놓은 것 같아 이상하게도 안심이 된다.
 
나는 매년 이맘때쯤 목련을 마주하며 멈춰 선다.
 
꽃으로 차를 만들기 위해선 개화하기 전 봉오리를 따야 한다.
활짝 핀 꽃은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다 써버린 뒤라,
우리는 말의 시작이 아직 남아 있는 그 봉오리를 찾는다.

벌에게 빼앗기기 전에, 서둘러 봉오리를 하나둘 손에 담는다.
 
작년과는 다른 봄.
작년 이맘때쯤은 포근했는데, 올해는 꽃도 움츠러들 만큼 쌀쌀하다.

택배로 받은 꽃봉오리들은 작년보다 조금 작다.
그래도 손안에 푹 안기는 그 무게가 봄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하다.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 양이라 어머님 댁에 꽃을 들고 갔다.
따뜻한 앞마당,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놓고 작은 꽃 공방이 꾸려졌다.
 
두터운 털옷을 두 겹 입은 목련은 이제 한 겹씩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나는 그 털옷을 조심스럽게 벗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뽀얀 속살이 드러날 때, 이상하리만치 가슴이 먹먹해진다.
생명을 다룬다는 건 언제나 손끝을 조심하게 만든다.
목련꽃은 열에 약하다.
손끝의 온기만으로도 그 꽃잎은 갈색으로 변해버린다.
부드럽고 여린 잎.
상처 하나 없이 벗겨내야, 비로소 그 고요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차로 담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애틋하게.
여린 잎에 상처라도 낼세라, 숨결처럼 한 장 한 장을 들춰본다.
 
"꽃잎이 총 아홉 장이네."
옆자리에 앉은 너의 목소리.

언제 설거지를 다 마쳤는지, 빠른 손놀림으로 꽃잎을 펼치고 있다.
 
“내가 더 빠른 거 같은데?”
으스대는 너의 말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흥, 무턱대고 빠른 게 좋은 거 아니거든?
거칠지 않게, 조심조심, 살살 다뤄줘야 하는 거야.
그런 게 다 정성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함께 봄을 벗기고 있었다.
한 장씩, 한 잎씩. 
 
잘 펼쳐진 목련잎 속 초록 암술만 손톱으로 똑 하니 떼어준다.
 
식약처에서 허가한 목련꽃차는 수술과 암술을 모두 제거한,
오직 꽃잎만으로 이루어진 것만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잎 만 있는 것보다는 통꽃이 더 예뻐 보인다.
 
“수술과 암술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해서 판매용은 잎만 가능하다네요?”
 
라고 알려드렸지만, "우리끼리 먹는 거니깐 괜찮아" 하시며 
온전한 꽃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꽃을 뒤집어 살짝 눌러 모양을 잡아준다.
 
꽃잎을 다 펼친 후엔,
바람이 잘 드는 그늘진 곳에 조심스럽게 놓아 말린다.

하루 종일 손끝으로 다룬 봄을 그렇게 눕혀두고,
이제야 테이블을 정리한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손들의 양쪽 엄지와 오른쪽 검지가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화장실로 후다닥 달려가 손을 씻고 나온 너는,
젖은 손을 들며 툴툴댔다.
“이거 안 지워져…”
그 말에 어머님은 웃으며 덧붙이셨다.
“한 달쯤은 설거지도 하고, 손도 씻고 해야 겨우 빠진다~”
 
나도 손을 들여다봤다.
손가락 끝 살 부분은 손톱으로 박박 긁어내면 어느 정도 지워졌지만,
손톱 아래 깊숙한 곳에 스며든 그 색은 도무지 지워지지 않았다.
검붉게 물든 손가락을 모아 사진을 찍는다.
지금 이 순간이 괜히 우스워서,
 
우리의 봄이 그렇게 손끝에 남아 있었다.
 

 
저녁 약속을 가기 전,
손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 나 꼭 농사일하고 온 사람 같지 않아?”

문득 지난주 차(茶) 크루모임에서 만났던 농부님의 손이 떠올랐다.
검게 물든 손톱, 거칠어진 손등.
자연과 하루를 함께한 사람의 흔적이었다.
 
그러다 어머님 손가락도 떠올랐다.
“맞다! 엄마도 내일 약속 있다 하셨지? 괜찮으시려나?”
내가 묻자, 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엄마 마치 꼭
누가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듯하시던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는 나에게,
넌 조용히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장 사모님 알지?
밭일하고, 판매하시는 음식 재료 다듬으시느라.
그분도 늘 손톱 밑이 까맣거든.
근데 그걸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대.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신다고 하더라" 
 
그리고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엄마도, 그런 마음이신 것 같아.
누가 그 흔적을 알아봐 주면,
‘어제 우리 아들이랑 며느리랑 목련꽃차 만들었어요~’
하고 자랑하고 싶으신 거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손톱을 숨기려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꽃잎을 펼치던 그 순간들,
바람에 말리던 봄의 흔적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함께 나눴던 마음들이
이 작은 얼룩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나는 더 이상 지우지 않기로 했다.
그 흔적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때까지 조금 더 오래, 천천히,
손끝의 봄을 간직하기로 했다.
 
 
목련의 아름다움은 고요하고 단단하다. 그 고유의 기품은 어떤 꽃도 흉내 낼 수 없다.
 
눈보라를 맞고도 꺾이지 않는 잎,
연약한 듯 보이지만 고요한 힘을 품은 그 꽃처럼,
우리도 우리가 살아낸 날들을 손끝에 새기며 견디는 것이다.
 
일을 마친 손이 조금은 투박해지고, 손톱 밑이 어둡게 물들더라도
그건 부끄러운 흔적이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진심으로 다뤘다는 증거이고, 자신의 시간을 꽃처럼 피워냈다는 자취다.
목련이 연약함 속에 단단함을 감추고 있듯, 우리도 검붉게 물든 손끝에
작은 자부심 하나쯤은 지닐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봄의 끝에서도
나는 내 손끝을 자랑스럽게 여겨보기로 한다.
검붉게 물든 것은 단지 얼룩이 아니라,
내가 봄을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조용한 선언이니까.


 

고요한 단단함: 목련꽃을 닮은 이장사모님

이장 사모님은 작은 키에 동글동글한 , 다부지신 모습을 하고 계신다.
그 몸짓 속에서 언제나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마치 봄을 준비하며 겨울의 끝자락에서 먼저 꽃을 피우려는 목련꽃처럼,
이장 사모님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신다.
 
목련꽃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자신만의 순수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켜내듯,
이장 사모님은 언제나 묵묵히, 그러나 굳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신다.
그 모습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목련꽃처럼, 비바람 속에서도 절대 꺾이지 않는 단단함을 지니고 있다.
 
배움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은 목련꽃이 차가운 겨울을 뚫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닮았다.
 
사람들은 차가운 바람을 피하고 움츠러들 때,
이장 사모님은 늘 그 한 걸음 더 나아가며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를 품고 계신다.
그 열정과 도전은 마치 겨울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목련꽃처럼, 주변에 봄을 선물하는 존재다.
 
이장 사모님이 가진 그 작은 키와 동글한 모습 속에,
세상의 모든 도전을 받아들이고 성취해 나갈 수 있는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마치 목련꽃이 겨울의 끝에서 꽃을 피우듯,
이장 사모님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며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장 사모님의 손끝도 마찬가지다.
매일을, 힘든 일들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손끝에는 그 어떤 얼룩도 부끄럽지 않다.
그 손끝은 언제나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다뤄온 결과물이며,
그 속에는 어느 순간 피어난 봄꽃처럼 아름다운 자부심이 숨어 있다.
어떤 도전과 시련 속에서도 견디고, 자신만의 꽃을 피운다면, 그 손끝에 새겨진 시간이 결국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는
이장사모님의 가르침이 묻어있다.

 

목련꽃차 효능

목련꽃차는 목련꽃의 봉오리나 꽃잎을 말려 만든 차로, 특히 환절기나 봄철에 마시기 좋은 건강차이다.

목련에는 마그놀롤과 호노키올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같은 비염이나 축농증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이 성분들은 몸속 염증을 줄이고 세균 활동을 억제해주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따뜻한 성질이 있어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소화에도 도움을 줍니다.

다만 판매용으로 만들 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수술과 암술은 제거하고 꽃잎만 사용하는 것이

식약처 기준에 맞습니다.

평소 호흡기나 소화가 예민한 분들께 특히 좋은 차다.